자민당 아베에 환호, 민주당 노다엔 박수만
  • 연합뉴스
자민당 아베에 환호, 민주당 노다엔 박수만
  • 연합뉴스
  • 승인 2012.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총선…여야 거리연설

▲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지난 24일 도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에서 내달 16일 총선을 앞두고 거리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복지·경제 등 일목요연한 정책에도 민주당에 싸늘
간 前 총리의 대지진 부실 대응 영향…민심 돌아서

 내달 16일 총선을 앞두고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까지 가세한 여야 거리연설 맞대결이 시작된 24일.
 이날 낮 12시께 도쿄도의 고급 주택가인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주변에는 시민 1000여명이 몰려들어 자민당 국회의원 후보 쓰치야 마사타다씨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1983∼2005년 무사시노 시장을 역임한 쓰치야씨의 연설은 시장 시절의 공적 자랑과 함께 “자민당이야말로 국민의 생활 기반을 만들고, 공무원을 다룰 줄 아는 정당”이라는 내용에 집중됐다. 간간이 손뼉을 칠 뿐 심드렁하던 청중들의 표정은 낮 12시20분께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가 유세용 차량 위에 올라서자 순식간에 달라졌다.
 역 주변 청중은 어느새 3000여명으로 불어났다. 군데군데 일장기를 손에 든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베 총재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간 전 총리의 동일본대지진 대응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내세운)`정치 주도’탓에 혼란만 커졌고, 복구 작업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간 전 총리는) 다른 이에게 소리를 지르면 일이 진행되는 줄 착각했습니다.”
 아베 총재의 연설 실력은 결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대중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준비한 말을 속사포 쏘듯 빠르게 뱉어낸 탓에 청중 입장에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러나 `동일본대지진’과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청중들 사이에선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본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베 총재는 중국과의 갈등으로 화제를 돌렸다.

 “2010년에 센카쿠 주변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중국 선장을 석방한 게 누구였습니까. 이 지역에서 뽑아준 간 전 총리 아니었습니까. 우리 자민당은 아름다운 일본의 영토와 영해를 지키겠습니다.”
 청중의 함성과 박수는 더욱 커졌다.
아베 총재는 이에 “간 전 총리는 일본인을 납치한 신광수를 석방하라고 서명했다”고 비난한 뒤 “자민당은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해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베 총재가 연설을 끝낸 뒤 차량에서 내려가 청중쪽으로 다가가자 그의 손을 잡으려는 이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기치조지역에서 전철로 17분 거리인 구니타치 역 주변에선 민주당의 거리유세가 벌어졌다. 여기도 규모는 작지 않았다. 약 1000명으로 시작한 청중은 노다 총리 겸 당 대표가 오후 1시30분께 유세 차량 위에 올라섰을 때쯤에는 약 2000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20년간 매일 아침 지역구 역 앞에서 단련했다는 노다 총리의 연설 실력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우선 “이번 선거는 일본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뒤로 물러설 것인가 방향을 정하는 선거”라고 규정한 뒤 사회보장, 경제, 에너지, 외교·안보 등 분야별로 민주당과 자민당의 정책을 알기 쉽게 비교했다.
 자녀수당 지급과 고교수업료 무상화를 예로 든 사회보장 정책에선 “이건 바라마키(ばらまき. 흩뿌리기=선심성 정책)가 아니라 다네마키(種まき. 씨뿌리기)”라고 비유법을 사용했고, 경제 정책에선 아베 총재가 “건설 국채를 일본은행이 사들이게 하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이런 황당무계한 정책이 어디 있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청중들은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2009년 8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보낸 환호와 기대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노다 총리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것으로 말을 맺었다.
 “일본은 전후 일관되게 외교·안보 분야에서 평화 정책을 취해왔다”며 “(자민당처럼) 거친 말을 사용하면 건강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외주의(외국인 배척)에 빠지면 안된다”고 호소했다. “외국의 도발에 당해선 안되겠지만, 우리가 도발해서도 안된다”며 “다시 한 번 민주당을 밀어달라”고 결론을 내린 대목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만 했다.
 그러나 청중의 반응은 썰렁했다. 약 20분에 걸친 노다 총리의 열정적인 연설이 끝나자 한차례 손뼉을 친 뒤 발길을 돌렸다. 자민당 유세를 듣던 청중이나 민주당 유세를 지켜보던 이들이나 상대방 비난에 귀를 기울일 뿐 구체적 공약에 대해 시큰둥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