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시인이자 작가인 이병률의 세번째 여행산문집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중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설레는 계절, 가을이다. 두 발을 온전히 감당해주는 흙의 촉감도 보드라운 이 계절, 오롯이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끌림’으로 청춘들을 여행 속으로 이끈 이병률 작가가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이야기를 담은 책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펴냈다.
그는 여행을 풍경을 관광하는 것이 아닌, 사람 사이로 걸어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일상 속에 메마른 감정을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그가 쓴 글 속에서 여행은 일탈이 만들어낸 또 다른 시간이자 또 다른 삶이며 그 자체로 또 다른 일상이었다.
지난한 일상 속, 크고 작게 떠난 여행 속에서 그는 풍경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폈다. 그가 읊조리는 여행의 시간은 일상과 더 가까워 괜스레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또 문경 여행길에서 스치듯 인연이었던 어르신의 부고(訃告)를 듣고 그 집에서 머물게 된 하룻밤에 대해 노래한 ‘못다 한 마음을 비추네’다.
어르신의 마음이 담긴 사과를 베어 문 그 밤, 너무나도 찬란히 빛나던 그 달빛은 서걱이는 활자 속에서도 오롯이 전달돼 마음을 울린다.
“사계절을 가진 나라는 많을 것이고 저마다 그 계절에 속해 살 것이지만 나에겐 우리나라의 사계가 특별해도 참 많이 특별하다는 고집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엔 산이 많으며 바다는 말할 것도 없다. 산과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은 세상 어떤 변화무쌍함도 무색하게 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선명한 계절에 맞춰 살아온 터라 우리들은 변덕스럽고, 내면에 겹이 많으며, 어느 한편으로 사람 맛이 진하다.”(‘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중에서)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그 걸음 속, 나와 나란한 걸음을 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마 그 사람의 얼굴은 당신의 표정과 닮아있을 것이다.
여행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 순간, 그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9월의 하늘은 푸르러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도록 한다. 이 계절, 당신과 함께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속을 걷고 싶다. 떨리는 목소리로 네게 묻는다. “허전한 내 손 좀 잡아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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