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지은 맞춤양복 “작품 만든다는 장인 정신으로 탄생”
  • 이진수기자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지은 맞춤양복 “작품 만든다는 장인 정신으로 탄생”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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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천 미성양복점 대표
‘대한민국 명인인증서’ 받아
외길 인생으로 명인 반열
부친부터 3대 가업 대물림
“이제야 아버지 뜻 이뤄드려”
대한민국 명인에 선정된 손병천 미성양복점 대표
대한민국 명인에 선정된 손병천 미성양복점 대표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바느질을 기워 맞춤 양복을 만든 것이 어느 덧 반세기인 50년이 흘렀다.

스물 살 청춘이 고희(70세)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명인에 선정됐다.

손병천(70·사진) 미성양복점 대표. 손 대표는 9일 사단법인 도전한국인본부로부터 제12회 대한민국 명인인증서를 받았다.

손 대표는 부친 손의진씨가 해방 이후 1947년 서울 명동에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양복 기술을 배웠다. 부친의 양복 기술은 우리나라 패션의 대명사인 명동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이었다.

아버지의 기술은 아들에게 전수됐다. 부친은 항상 아들에게 ‘최고의 옷을 만들어라’, ‘바느질 하나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다금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부친의 영향으로 손 대표의 솜씨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가업은 손 대표의 아들에게 이어졌다. 혁준(37)씨가 손 대표에게 양복 기술을 배운 것이다.

기성복이 즐비한 현실에 손바느질의 맞춤 양복 3대 가업 대물림은 흔치 않은 일이다.

도전한국인본부도 이 같은 점을 높게 평가해 손 대표에게 ‘3대 가업의 전통과 도전의 삶을 살아온 가문으로 전문성이 입증돼 대한민국 명품·명인인증위원회에서 명인인증서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도전한국인은 끊임없는 도전과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인물,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 국민을 위해 힘쓴 인물을 기준으로 한해 10명을 선정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반기문 UN사무총장, 신호범 미국 워싱턴주 상원부의장, 야구선수 박찬호, 김용 세계은행총재 등이 있다.

맞춤 양복은 고객이 옷감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옷이 체형에 딱 맞아 하루에도 수 천벌이 생산되는 기성복과는 달리 오롯이 한 사람만을 위한 의류이다.

여기에 장인의 손길이 빚어낸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으로 사람의 품위와 품격까지 돋보이게 한다.

맞춤 한 벌에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리는 것도 그만큼 정성과 기술이 녹여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맞춤은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숙련된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며 여기에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완벽한 옷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복을 만든 다는 표현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든 다는 장인 정신이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맞춤 양복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시련도 찾아왔다. 1997년 IMF사태에 이어 최근 3여 년 지속된 코로나19로 결혼식이나 행사가 거의 없어 맞춤 양복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뜸했다. 극심한 경영난이었다.

가업을 접어야 하는 갈림길에서 손 대표는 돌아가신 부친을 생각하고, 주말이면 강원도 외진 산골에서 텃밭을 가꾸는 등 강한 정신력으로 가업을 유지했다.

도전한국인본부가 손병천 미성양복점 대표에게 수여한  대한민국 명인인증서.
도전한국인본부가 손병천 미성양복점 대표에게 수여한 대한민국 명인인증서.

그리고 제12회 도전한국인 10인에 선정돼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아들 혁준씨는 부친에게 6년을 배우고 독립해 자신의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부친의 명인 선정에 대해 “아버지 축하드립니다”면서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배웠던 것처럼, 자신도 하나부터 열까지 맞춤 양복의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배웠다. 직업적으로 아버지를 존경할 수 밖에 없으며 아버지는 선생님 그 이상”이다고 말했다.

고희에 접어든 손 대표는 힘 닿는데 까지 손을 놓지 않겠다면서 후진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들이 명인에 선정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며 “이제서야 아버지의 뜻을 이뤄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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