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률 84%’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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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률 84%’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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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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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 나와 청소원 지망하는 `대학망국(大學亡國)’
 
 오 윤 환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었다. 작년 진학률이 83.8%였으니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도 대학 진학률이 50~60%대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비율이다. 대학 진학률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교육 선진국, 대학교육 1등 국가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학(大學)민국’이다.
 그러나 과연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반가워해야 할 일인지 회의적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너도 나도 대학에 가야하고, 심지어 중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에 가기 위해 검정고시를 보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이 바람에 우리나라 대학 수는 350개를 넘었다. 아예 포화상태다. 350개 이상이면 전국 자치단체보다 많은 수다. 시-도는 말할 것도 없다. 시-군-구 단위에 대학이 한개 이상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름도 듣지 못한 대학이 전국 도처에 널려 있다.
 얼마 전 서울 소재 대학의 물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30대 초반 만학도가 한 구청의 환경미화원 공채에 응모해 화제였다. 환경미화원이라지만 옛날엔 `청소원’으로 불린 3D 업종의 상징이었다. 겨울에는 연탄재를 뒤집어 써야하고, 여름엔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에 절어 살아야 했던 기피 직업이었다. 이런 직종에 물리학 박사 지망생이 응모해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달리는 테스트까지 받았다. 그는 체력미달로 낙방했다.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지만 박사 과정 대학원 출신이 청소원을 지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이 얼마나 포화상태인지 잘 말해준다.
 국민소득이 높아져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높다고 너도 나도 대학에 간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낭비와 부작용은 너무 크다.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국가들이 대학 진학 대상과 취업 희망자들을 일찌감치 분류해 취업생에게는 전문가(장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중학 졸업을 끝으로 우동가게와 민속공예품 제작에 뛰어드는 장인지망생들이 넘쳐난다. 이들에게 대학교육은 그야말로 시간 낭비요 비용 낭비일 것이다. 일본이 세계적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젊은이 패트릭 씨(28)는 독일 공작기계 제조업체 중국 프로젝트 매니저다. 약관 20세에 패트릭 씨는 회사에 취업했다. 9년 동안 정규교육을 마친 후 3년6개월의 직업교육을 받고 곧장 현장에 뛰어들었다. 대학교육은 받지 않았다. 6년 동안 공작기계 분야에서 실무를 닦은 패트릭을 눈여겨 본 회사는 2007년 중국 근무를 제안했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픈 꿈을 꿔왔던 패트릭 씨는 흔쾌히 중국으로 건너갔다. 2년 동안 감독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의 실무 경력과 해외 경력을 높게 산 동종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이직을 제의했다.
 한국 젊은이 채인석 씨(가명). 그는 다음달이면 `’석사 학위`’를 받는다. 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채 씨는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후 도피하듯 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떤 직장이든 취업해 보려고 애썼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수도권 대학 법학과를 졸업했고, 나쁘지 않은 학점과 영어성적을 받았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없었다. 법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한숨만 나온다. 채 씨는 작년 여름 노량진 학원가에서 국사 행정학 등 9급 공무원 수험서를 구입했다. 채 씨 같은 사람은 전국에 넘쳐난다. 대학을 나왔어도 취직이 안되자 대학원에 적을 걸어놓은 `대학원생 백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나이가 30이 가깝지만 아직도 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용돈으로 살아가는 `캥거루족’이다. 외국 젊은이들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면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 고등실업자들은 그야말로 사회적 지진아들이다. 일종의 불구라해도 과언이 나이다.
 수많은 대학이 그 존재 가치가 있다면 할말이 없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부실이다. 학생이 없어 중국에서 동남아에서 학생들을 모집해 정원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그래야 정부 보조금을 받아 학교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부실 사립대 퇴출’ 카드를 빼들었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대학 망국(亡國)’이 될지 모른다. 기능직은 차별받고 3류- 4류 대학이라도 나와야 얼굴을 들고 사는 이런 풍토에서는 희망이 없다. 엉터리 사학과 학력 콤플렉스를 떨쳐버리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대학에 치어 후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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