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푸른데 지역축제는 취소되고
  • 경북도민일보
하늘은 높고 푸른데 지역축제는 취소되고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9.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종플루보다 더 딱한 행안부의 오락가락 행정
 
배 민 호 (아동문학가)
 
 신문에 큼지막하게 박스 기사가 떴다. 신종 플루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연인원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행사와 축제를 취소 또는 연기하라고 행정안전부가 지침을 내렸다는 기사다. 이를 어길 경우 각종 특혜와 담당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이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자체마다 축제를 보이콧하거나 아예 아웃을 선언하는 일이 그 다음 날부터 전국적으로 방송을 탔다. 설마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마다 열리는 축제를 전문가들을 동원해 평가하여 대한민국 대표 축제는 8억원, 최우수 축제는 3억원, 우수축제는 1억 5000만원, 유망축제는 7000만원, 예비 축제는 3000만원을 각각 지원 해 주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엄포가 나온뒤 하루하루 지나면서 지자체의 축제 행사 취소의 소식이 연일 방송을 탄다. 결국엔 안동시도 지난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2009 안동국제 탈춤 페스티벌’에 따른 안건을 놓고 토의하다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취소결정을 내리고 나니 바로 그 시각 연합뉴스에 행정안전부 등 8개 부처 공동명의로 각종 축제 및 행사를 사실상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차 공격이다. 축제 준비를 위해 미리 지급한 돈도 만만찮다. 안동의 경우 그동안 행사 준비과정에 투입한 20억여원을 고스란히 포기할 처지다. 홍보물만 해도 한두 건이 아니다. 자치단체는 차치하고 민간사업자들의 실망감과 손실은 또 얼마인가? 한편에서는 취소 결정을 내리고 한쪽에서는 번복하여 축제를 개최하라고 하는 상반된 모순이 하루에 걸쳐 이루어졌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2008년 대한민국 대표축제의 영광을 안았다. 낙동강변 변변치 않은 축제장에서 비만 오면 질퍽한 행사장, 온갖 잡다한 노점이 즐비하고 촌로의 쌈짓돈을 챙기는 야바위꾼(?)들도 통로 여기저기서 활개를 치곤했지만 민관 협조아래 해를 거듭할수록 체계화되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축제의 완성도를 만들어 냈다. 먹고 즐기는 축제에서 전통문화 체험과 역사성을 겸비한 축제는 오는 이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있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의 첫해 관광객은 33만 4000명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작년의 경우 국내외 관광객이 무려 105만 명이나 증가해서 지역경제 유발효과도 500억 원으로 크게 늘어 난 상태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 9~10월 사이에 예정 된 축제와 행사는 모두 264건으로 이 가운데 46건이 취소 됐고, 14건은 연기, 12건은 축제 규모를 축소시켰다고 한다. 요즘 같이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편으로 마련한 지자체 축제가 무산되니 취소에 따른 항의하는 민원인들도 많다고 한다. 미리 행정안전부에서 엄포를 놓지 말든지 고작 보름밖에 안남은 시기에 번복하는 사태는 지자체만 우왕좌왕만 할 뿐이다. 장꾼들도 추석맞이 행사여서 특산물을 많이 구비한 상태라 어디든 소비처를 찾아야 하는데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축제인 진주 남강 유등축제는 작년엔 300만 명이나 관광객이 찾은 축제다. “진주도 취소 됐어. 이제 어디로 가나?” 장꾼들의 휴대폰 벨소리에 상심한 빈 말만 오간다.
 비록 올해는 취소되어 쉬는 한해지만 내년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축제 구성을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 지자체 탓도 아니고 신종 플루라는 예기치 않았던 복병이 이 가을을 축제 없는 가을로 만들어 버렸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에 혼선을 빚었지만 한 번 더 심사숙고해서 개최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일찍 도움 줄 수 있는 정책을 펴 줬으면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장꾼들 가슴만 다 타 들어갔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축제가 무려 1200여개다. 해마다 문화관광부에서 종합평가를 해서 대표축제, 최우수축제, 우수축제, 유망축제, 예비축제 등 56개 축제를 집중 육성하기위해서 실시한다.
 신종 플루 때문에 애써 준비한 축제를 무대에 올리지도 못한 자치단체와 공무원, 그리고 주민들의 실망감과 허탈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래도 실망하지 말고 내년을 위해 도전하기 바란다.
(dailia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