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최근의 국정위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불화하다보니 한나라당이 내분으로 갈라지고, 이 때문에 각종 선거에서 참패함으로써 국정에도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 잘못을 가리기 앞서 한나라당 최대 주주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현재의 위기에 공동책임을 느껴야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또 김용갑 전 의원은 “한나라당 분열에는 이 대통령이 90%, 박 전대표가 10%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를 감안하면 김 전 의원 지적이 정확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백안시함으로써 양자간의 간극이 벌어졌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 상황은 책임의 경중을 가릴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다. “나에게 레임덕이란 없다”고 하지만 도처에서 권력이 누수되는 소리가 들린다. 박 전 대표도 30%대의 지지율에 번동이 없다지만 여론은 내년 대선에서 `야권통합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여론이 더 높다. 한마디로 한나라당 전체의 위기다.
우선 이 대통령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는 경쟁자가 아니다.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대권주자다. 또 박 전 대표는 `선거의 여왕’이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하면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박 전 대표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그 역할을 조정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이 대통령은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계보도 친이·친박 이런 것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계파`’는 용어 자체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두 사람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화합’을 도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당권을 맡는 데 주저하고 있는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주인공은 이 대통령이다. 홍사덕 의원이 주장한 것 처럼 이 대통령이 박 전대표에게 “위기의 당을 구해달라”고 선뜻 손을 내미는 것도 방법이다.
한나라당이 위기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몰락하느냐는 이번 청와대 회동결과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비장한 각오가 정권재창출의 요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