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감독 내 운명 같아…그런 동지와의 작업 의미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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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 내 운명 같아…그런 동지와의 작업 의미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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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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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봉준호 감독 해외서 만든 첫 번째 영어영화 `설국열차’서 한국인 보안설계자 역 맡아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운명적인 것 같아요. 가장 가까운 영화적인 동지이고 그런 동지와 작업을 또 했다는 것이 `설국열차’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의미입니다.”
 23일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사진>는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과 `설국열차’라는 작품의 각별한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봉 감독과 송강호가 `특별한 궁합’으로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공히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영화사에서도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성공을 안겼고, 두 사람이 다른 감독 또는 배우와 함께 한 작품들은 그 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봉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에 송강호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또다시 `일’을 내고야 말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해외 언론들 역시 `설국열차’를 소개하면서 송강호의 역할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송강호도 봉 감독과 6년 만의 만남이 흥분되는 사건이었다고 했다.
 “봉 감독과 함께 할 때 특별히 주목받고 흥행을 해서라기보다는 봉준호라는 예술가의 새로운 얘기를 같이 한다는 게 굉장히 설레고 흥분됐어요. 나 역시도 봉준호의 팬으로서 신작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가 공들인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게 기뻤습니다.”
 

 함께 작업한 작품 살인의 추억·괴물 큰 성공 
 두 사람 6년 만의 만남 기대감 품게 해

 괴물서 부녀관계였던 고아성과도 또다시 만나
 반란국에 꼭 필요한 존재 남궁민수 연기

“크로놀이라는 환각 물질에 집착하는 괴짜 모습 있지만
 전형적 홀릭상태의 모습 염두에 두지 않고
 가장 평범한데 속은 알 수 없는 인물 보여주고자 해”

 봉 감독이 해외에서 만든 첫 번째 영어 영화에서 송강호는 `괴물’에서 부녀관계였던 배우 고아성과 함께 유일한 한국인을 연기했다. 열차 꼬리칸에 사는 가장 낮은 계급의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번스)가 반란을 일으켜 앞쪽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인 `남궁민수’를 연기했다. 그는 열차의 보안 설계자로, 오랫동안 감옥칸에 갇혀 있다 커티스 일당에 의해 끌려나와 열차 칸 사이의 닫힌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남궁민수는 커티스의 말을 순순히 듣는 인물은 아니다.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뭔가 반항적이고 나름의 꿍꿍이를 숨긴 캐릭터다. `크로놀’이라는 환각 물질 덩어리에 집착하는 괴짜의 모습도 있다.
 “`크로놀’이라고 해서 이상한 표정이라든지, 전형적인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가장 평범한데 그 속은 전혀 알 수 없는 인물을 보여주고자 했죠. 이 열차 자체가 평범하지 않잖아요. 아주 극한 상황이죠. 어떻게 보면 봉준호가 `괴물’을 통해 한국사회를 얘기했듯이 `설국열차’는 `괴물’의 세계판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 괴물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열차의 칸 등급을 지키려는 자와 탈출하려는 자의 몸부림이 연속되고 바깥은 죽음뿐인 세상이 `괴물’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냉혹하게 현실을 보고 있지 않나하는 거죠. `남궁민수’란 인물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유머와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는 사람의 무표정에서 나오는 무서운 느낌이 진짜 공포에 가깝다고 했다.
 “한 번은 모로코의 마라케시영화제에 간 적이 있는데, 어느 외진 곳의 카페에서 현지인 남자가 아무 표정 없이 미동도 없이 우리 일행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어마어마하게 무서웠어요. 그런 이질감에서 오는 공포를 `설국열차’의 모든 인물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했어요. 미묘하고 복잡한 인생에서 나름의 생각으로 뭉쳐진 사람들 아닌가. `남궁민수’란 존재도 사실은 그런 존재가 아닌가 했죠. 모로코의 그 남자처럼 속은 알 수 없지만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얼굴, 그런데 막상 얘기해보면 `아니에요, 그냥무심코 보고 있었어요’ 할 것 같은 느낌이요.”
 영화 속 할리우드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그는 유일하게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의 딸 역할인 고아성은 열차 안에서 태어난 아이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지만, 그는 애초에 영어를 배울 생각조차도 없는 인물로 보인다. 모든 말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기계에 의존하지만, 통역기가 제대로 통역을 하건 말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지껄이는 인물이다.
 “으레 준비된 애국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라 이건 정말로 조금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나는 물론 영어를 못하죠. 하지만,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시킨 건 아니라고 봐요. 그랬다면 영어를 잘하는 배우를 캐스팅 했겠죠. 영어를 굳이 해야 될 이유가 없는 인물인 거예요. 이런 설정을 했다는 게 역시 봉준호다운 자신감이라는 거죠. 어설프게 영어를 하면서 연기하는 게 과연 좋을까 싶고요.”
 그렇다고 영어의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죄다 영어를 하는 상대 배우들에 맞춰 연기하기 위해 그는 어느 때보다 더 긴장을 해야 했다.
 

 할리우드 배우사이서 유일하게 영어 쓰지 않는 역할로
 모든 말 실시간 통역해주는 기계 의존하지만
 제대로 통역을 하건 말건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지껄여

“영어 굳이 해야 될 이유 없는 인물 설정
 역시 봉 감독다운 자신감…덩달아 자부심 느껴

 공교롭게 그간 찍은 작품 3편 잇따라 개봉
 관객, 각기 다른 캐릭터 보게 돼 흥미로울 것”

 “대본 리딩할 때 깜짝 놀랐어요. 크리스 에번스랑 제이미 벨, 고아성이랑 네 명만 읽어보는데, 처음에 첫 줄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내가 읽고 있는 줄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 정신없이 넘어가더라고요. 영어로 일상의 대화를 하는 것과 정확한 대사로 연기를 하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더라고요. 이들이 하는 게 FM(정확한)의 속도, 발음, 감정이란 점에서는 굉장히 긴장이 되는 거죠. 그 리액션이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럽다고 해야 되나? 영어 연기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았죠.”
 할리우드 배우들과의 작업에서 배운 것도 많다고 했다.
 “그런데 극 중 첫 만남의 대화하고 싸우는 장면까지 하루에 다 찍었는데, 할리우드 배우들은 늘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를 해야하기 때문에 더 긴장을 많이 했죠. 그들은 `엔지(NG)’에 대해서도 극도로 예민하더라고요. 제이미 벨이 대사를 하다가 조금 틀렸는데, 우리 같으면 그냥 당연히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을 그는 엄청나게 미안해하고 쩔쩔매더라고요. 그만큼 준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고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많이 느끼고 배웠죠. 물론, 할리우드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인간적인 배려 같은 게 결여돼 있고 무서울 정도로 삭막하죠. 한국 시스템과 할리우드의 장점을 조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싶어요.”
 영국 출신의 명배우 틸다 스윈튼이 송강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에 대해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려진 건 과장된 점이 없지 않죠. 외국 배우들의 문화가 첫째로 남을 배려하고 장점을 극대화시켜 칭찬해주고 그렇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표현된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유일한 한국 배우고 어쨌든 주연을 하고 있으니까 그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했죠. 서로 연기하는 걸 같이 지켜보고 그랬어요.”
 그는 전작 `하울링’ 이후 1년 반 이상 대중에게서 멀어져 있었지만, 촬영장에서 부지런히 영화를 찍고 있었다. 그간 찍은 작품 세 편이 올해 `설국열차’를 필두로 잇따라 개봉한다. 9월 개봉 예정인 `관상’과 연말 개봉 예정인 `변호인’이다.
 “저도 이렇게 5개월 사이에 세 작품을 연달아 개봉하기는 처음이에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이렇게 돼버렸는데 한편으론 좋은 것 같아요. 관객 입장에서 1년 반 동안 안 보이다가 각기 다른 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보게 되면 대비가 이뤄져서 송강호의 다양한 연기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국열차’가 가상의 미래 얘기라면, `관상’은 사극으로 과거를 보여주고, `변호인’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현실의 얘기거든요. 과거와 미래와 현실을 얘기하는 세 작품이 모두 관객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거라고 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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