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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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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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필가, 시민운동가, 종교사상가,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 인권운동가, 씨알사상 정립. 함석헌(1901~1989) 선생 이름엔 이토록 많은 수식어가 얹히지만, 그 중에서도 `무교회주의자’가 먼저 떠오른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그가 무교회주의자라니, 무슨 말인가. 반드시 교회당에 다니면서 설교를 듣고 십일조 법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하느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면 그가 곧 기독교 신앙인이라는 사상이다. 교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귀중한 사상이라 할 만하다.
 함석헌은 개신교가 한국에 전래된 후 주체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소화 흡수하여 동양의 고전과 대화시키면서 독창적이고 토착화된 기독교 사상을 이룩한 선각자였다. 정통주의 기독교의 교리주의나 형식주의에 반대하고 노장(老莊)사상, 공맹(孔孟)사상, 화엄(華嚴)사상 등에도 깊은 종교적 진리와 구원의 지혜가 있다고 인정한 그의 종교관은 오늘날 종교들이 새겨볼만한 대목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한 개신교회 목사가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가난” 운운하여 불교 측 염장을 지른 이야기와 대비하려는 의도로 떠올리는 함석헌 선생 이야기가 아니다. 엊그제 한 불교학자가 불교학술모임인 월요포럼 주제발표에서 “법회에 참여하지 않는 재가불자(在家佛子)는 불자라고 할 수 없다”는 말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 함석헌의 무교회주의가 생각났을 뿐이다.
 불자는 크게 출가불자(출가스님)와 재가불자(불교신도)로 나뉜다. 그런데 연세대 신규탁 교수는 신도들도 승단(僧團) 법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처음 맹세한 계율의 실천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불자의 자격을 갖게 된다는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경전에 입각해 불자의 범위와 자격요건을 원칙론적으로 정리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불자는 비록 절에 안 가더라도 자비로 압축되는 부처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이를 실천하려는 사람일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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